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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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함
한 송이 붉은 꽃이 눈 오는 밤에 비치니
봄소식을 어찌 나뭇가지 보고 알 수 있나
꽃다운 맹세 홀로 매화와 맺었으니
고고한 그 꽃 보고 적적하다 말을 말라
一朶殘紅映雪宵
先春何用待風條
芳盟獨與梅花約
莫道孤高不自聊
두 가지 동백나무 각자 다른 정 있나니
동백 춘백 그 풍도를 누가 능히 평하리오
사람들은 모두 봄철 늦게 핀 꽃 좋아하나
나는 홀로 눈 속에 핀 동백 너를 좋아하네
兩柏天然各有情
冬春風度孰能評
世人摠愛韶華晚
獨我憐渠雪裏明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동백은 매화와 함께 고고함의 상징으로 자주 형상화되었다.
김성일은 두 편의 작품에서 동백꽃의 고고함과 풍도를 노래했다. 작자는 눈 속에서 피어난 꽃이 매화와 맺은 약속을 지킨 것이라는 표현을 통해 선비의 외로운 절개를 암시한다.
참고문헌
김성일, 「허산전이 백대붕(白大鵬)의 운을 쓴 것을 차운하다」 중 일부, 『학봉일고』, 제2권 시(詩)
김성일, 「지난번에 차오산이 선방(禪房)의 꽃나무를 읊었는데, 자못 초소(楚騷)의 유매(遺梅)의 탄식이 있었으므로 감히 거친 시구를 지어 그 시의 뒤를 이었다」 중 일부, 『학봉일고』, 제2권 시(詩)
다남
동백나무 가지로 여자의 볼기를 치거나 동백나무 막대기로 여자의 엉덩이를 치면 그 여자는 남자아이를 잉태할 수 있다는 미신을 낳게 하였는데 이것을 묘장(卯杖) 또는 묘추(卯錐)라 하였다. 그것은 동백이 주술적인 마력이 있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만약 동백나무를 구하지 못하면 호랑가시나무나 대추나무 · 복숭아나무로 대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기능을 가진다는 막대기에 ‘묘(卯)’자가 들어가게 된 데는 중국의 고사가 곁들어 있다.
한(漢)나라 때 관리들은 모든 재액을 막기 위하여 허리에 단단한 나무망치로 된 장식품을 차고 다녔는데 이것을 강묘(剛卯)라고 했다. 한나라 중반 때 미신을 이용해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왕망(王莽)은 뒤에 유수(劉秀)에게 자리를 빼앗기게 되고 유수는 광무제(光武帝)가 된다. 이때 백성들은 힘으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유씨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劉)라는 글자를 파자(破字)를 하면 묘(卯) ․ 금(金) ․ 도(刀)의 세 글자로 된다. 여기에서 백성들은 유수를 싫어하였기 때문에 묘자를 싫어하게 되었고 나아가 묘일(卯日)까지도 싫어하게 되었으며 묘일에는 강묘라는 망치를 허리에 차고 나쁜 액운을 물리쳐야 한다는 미신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동백나무로 만들어진 망치는 액운을 쫓기도 하고 그릇된 것을 깨뜨리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것이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여자의 엉덩이를 쳐서 남자아이를 낳게 하는 연장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동백나무는 많은 열매를 맺는 까닭에 민간에서 다자다남을 상징하게 되었고 나아가서 이 나무는 여자의 임신을 돕는 것으로 믿어졌다. 그런데 이런 풍속에 중국의 유수 설화에서 기인한 강묘 풍습까지 곁들여졌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이상희, 「동백꽃」 일부, 『꽃으로 본 한국문화』 제3권
도굴선풍
평하되, 도골선풍(道骨仙風)이 속세를 벗어나 사람 무리를 떠나는 기상이다. 총론(總論)하되, 날개가 돋친 새는 뿔이 없는 법이니 조물주가 본디 어떤 한 물건에만 편사(偏私)하지 아니하거늘 치자와 동백은 청수(淸秀)한 꽃을 지니고 또 빛나고 윤택한 사시(四時)의 잎을 겸하였으니 화림(花林) 중에 뛰어나고 복을 갖춘 것이라 하겠다.
유박은 『화암수록』에서 치자와 동백은 청수한 꽃을 지니고 빛나는 잎을 겸했다고 하면서 도인과 같은 뼈대와 신선과 같은 풍모(도골선풍)를 지녔다고 했다.
참고문헌
유박, 『화암수록(花菴隨錄)』, 필사본
무구
진도지방의 용왕굿에서는 초혼의 한 제구(祭具)로 동백떡을 만들어 사용한다. 물에 빠진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그 망자의 넋을 건지기 위해 동백나무가지에 동그란 떡을 여러 개 매달아 물가에 꽃아 놓는다. 그러면 하늘에 천도복숭아가 있듯이 물속에서 보면 지상의 동백나무에 떡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망자의 혼은 이 떡을 먹기 위해 물에서 육지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무속에서는 동백나무 가지에 떡을 매달아 죽은 사람의 넋을 건지는 무구(巫具)로 사용한다. 무속을 신앙하는 사람들은 산 사람이 동백꽃을 즐기던 것처럼 익사자의 넋이 동백떡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온다고 믿는다.
참고문헌
이상희, 「동백꽃」 일부, 『꽃으로 본 한국문화』 제3권
번영
남쪽지방에서는 혼례식의 초례상에 송죽 대신에 동백나무가 꽂혔다. 초례상위에 놓인 진녹색의 동백나무가지에는 동백처럼 오래 살고 동백의 푸르름처림 변하지 않으며 영화로움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시집가고 장가가는 행차에 아이들이 오색종이가 걸린 동백나무가지를 흔드는 것도 이러한 축복의 뜻이 담겨 있다.
동백은 오래 살며 변하지 않는 푸른 점 때문에 신성과 번영을 상징하는 길상(吉祥)의 나무로 취급되었다. 남쪽의 해안 지역에서 동백나무가 무성하게 숲을 이루며 자라기 때문에 중요한 나무로 인식되는 듯하다.
참고문헌
이상희, 「동백꽃」 일부, 『꽃으로 본 한국문화』 제3권
별천지
백운 황학 날던 하늘은 유유하기만 하고
깨진 비석은 쓸쓸해라 세월도 오래구려
지금도 뛰어난 자취로 혜사를 말들 하는데
혜사가 머물고 있다니 돌아갈 흥취 설레네
치자꽃은 담복나무 숲에서 펄펄 날리어라
절로 별천지가 있어 참다운 선경이로세
호남은 예부터 소강남으로 일컬어졌거니
이 땅은 산수의 풍요로움이 제일이고말고
나도 또한 푸른 행전에 흰 버선이 있어
스님을 따라가려 하나 산 길은 멀기만 하네
가장 생각나는 것은 산중의 동백꽃이
섣달에 만발하여 향기론 바람 풍김일세
白雲黃鶴天悠悠
斷碑零落星霜遙
至今勝跡說惠師
聞師住訪歸興搖
六花飛飛薝蔔林
自有世界眞瓊瑤
湖南古說小江南
此地第一山水饒
我亦靑縢白襪在
欲往從之山路迢
最憶山中冬白花
臘月滿開香風飄
서거정의 작품에서 동백꽃은 불도(佛道)의 상징인 치자꽃(육화)과 어울리는 꽃으로 등장한다. 섣달에 만발하여 향기로운 동백꽃이 핀 영역은 신선이 사는 별천지이다. 화자는 그곳을 떠올릴 수는 있지만 도달할 수 없는 곳이다.
참고문헌
서거정, 「차운하여 조계산(曹溪山) 송광사(松廣寺)로 가는 인상인(印上人)을 보내다」 일부, 『사가시집』 제20권 시류(詩類)
순박한 사랑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수탉을 단매로 때려 엎었다. 닭은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점순이가 매섭게 눈을 홉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놈아! 너 왜 남의 닭을 때려죽이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누 집 닭인데?"
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땅이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해야 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나 점순이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텀 안 그럴 테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
"그래 그래 이젠 안 그럴 테야!"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느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 아래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백꽃 핀 봄날 어느 산골 마을을 무대로, 사춘기에 이른 소작인의 아들과 마름의 딸 사이의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담아낸다. '나'를 좋아하면서도 오히려 짖궂은 행동으로 괴롭히는 점순이의 행동이 우직한 '나'에게는 이해될 수 없는 것으로 진술되지만, 그 진술의 이면에서 '나'의 마음 역시 점순이에게 끌리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의 효과가 한껏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토속어 구사와 대사와 지문을 넘나드는 구어(口語), 그리고 의성어, 의태어의 잦은 사용 등이 소설의 극적 전개에 탄력을 불어넣는다.
참고문헌
김유정, 『동백꽃』
불길함
동백꽃은 질 때의 모습이 다른 꽃에 비해 좀 특이하다. 꽃잎이 한 잎 두잎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송이가 통째로 쑥 빠져 떨어진다. 떨어진 꽃송이의 꽃잎은 모두 하늘로 향하고 있다. 그렇게도 싱싱하던 꽃잎이 조금도 시들지 않았는데도 어느날 아침 바람도 없는데 마치 백마강에 삼천궁녀 떨어지듯 뚝 떨어지는 것이다.
동백은 통째로 떨어지는 까닭에 불길을 상징하는 나무로 취급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제주도에서 동백나무는 불길하다고 하여 집안에 심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그 모습이 마치 무사의 목이 잘려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하여 춘수락(椿首落)이라고 하였다. 춘사(椿事)라는 말은 불의의 사고 또는 흔히 있을 수 없는 불행한 사건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때까지 그렇게도 싱싱하던 동백꽃이 소리를 내면서 뚝 떨어져 드디어 썩고 마는 것을 연상하면 그것이 춘사라는 말의 뿌리 같기도 하다.
참고문헌
이상희, 「동백꽃」 일부, 『꽃으로 본 한국문화』 제3권
청아
물 길어 병에 가득 담으니
찬 매화 그림자 청아하여라
누가 붉은 춘백 꽃도 꽂았는가
취한 눈이 별안간 밝아지네
汲水滿幽甁
寒梅疎影淸
阿誰着紅栢
醉眼頓能明
물을 길어 담고 매화 가지를 그 속에 꽂으니 꽃술이 모두 벌어지고, 춘백 꽃을 같이 꽂으니 청아하고 기절해서 사랑스러웠다. 용문이 오언시로 기록했기에 화답하여 원기에게 보냈던 화답시이다.
참고문헌
기대승, 『고봉집』 시(詩)
약재
동백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 가운데 가장 귀중한 것은 동백기름이었다. 꽃이 지고 난 다음 늦가을인 11월쯤이 되면 살구 만하게 열린 열매가 알밤처림 떨어진다. 동백 열매를 주워 모아 이를 씻어 말리고 절구에 넣어 껍질을 부수고 키질을 하여 속살만 모은다. 속살만을 더 곱게 빻아서 삼베 주머니에 넣어 단단히 묶으면 기름떡이 되고 이것을 기름판에 올려 짜면 동백기름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동백기름은 맑은 노란색인데 변하지도 않고 굳지도 않고 날아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동백기름은 머릿기름 외에도 식용유 ·등유 ·약용으로 썼다고 한다. 식용유로는 최고급품으로 평가받았으며 등잔불은 다른 기름에 비하여 그을림이 적고 불길이 밝다고 한다. 또 민간약으로서 부스럼에도 사용했다고 한다.
(중략)
동백나무꽃은 그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하여 말려서 약으로 사용하였는데 생약명은 산다화라고 하였다. 지혈작용을 하기 때문에 멍든 피를 풀거나 식히는 작용을 하며 피를 토하거나 장염으로 인한 하혈, 월경 과다. 산후 출혈이 멎지 않을 때 물에 달이거나 가루로 빻아 사용한다. 그 밖에 화상이나 타박상에는 가루로 빻은 약재를 기름에 개어 상처에 바른다.
동백 열매에서 얻은 기름과 꽃을 말려 얻은 가루는 중요한 약재로 인식되었다.
동백기름은 화장용 머릿기름으로, 식용유로, 난방용이나 약용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특히 부스럼약에 특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백꽃가루는 피를 멎게 하는 약성이 있어 민간에서 지혈제로 사용되었다. 몸에서 피가 나오거나 외상의 경우에도 흔하게 사용했다.
참고문헌
이상희, 「동백꽃」 일부, 『꽃으로 본 한국문화』 제3권
육체적 욕구
동박아
열지를 마라
산골에 수처녀
은발난다
여라는(열라는) 콩팥은
아니늘고
아주까리 동박만
조불조불하네
잘나고 못난거
여부가 있나
열두가지 화장이면
다 잘났다
이가야 잘나서
일생기비나(일색으로 보이느냐).
내눈이 어두워서
한장일 뜨냐
동백꽃이 성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매개물로 상징되는 것은 민요에서 더욱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경북 상주시 공검면 병암리에서 채록된 「아주까리 동백 노래」는 동백이 열려 여자들이 화장을 하면 누구나 다 예뻐보인다고 했다. 산골에 숫처녀들은 바람이 날만하다. 충남 청양지방의 민요에서도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 마라. 산골에 큰애기 떼난봉난다.”라고 했고, 「강원도아리랑」에서도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를 마라 건너집 숫처녀 다놀아난다.”라는 구절과 “열라는 콩팥은 아니 열고 아주까리 동백은 왜 여는가.”라는 구절이 있다.
참고문헌
이금분 김분진 구연, 「아주까리 동백 노래」 『한국구비문학대계』 7집 8책
육체적 욕망
어와 보왔는고 저 선사님 보왔는고
저렇틋 고운 양자 헌 누비의 싸였는고
납설중 동백화 한 가지가 노송 속의 듦이라.
동백꽃은 민중들의 관점에서는 육체적 욕망을 상징하는 꽃이다. 그것은 동백의 강렬한 색채가 육체적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작자미상의 시조에서는 스님의 고운 얼굴을 섣달에 내리는 눈 속에 핀 동백꽃으로 비유했다. 여기에서 화자는 스님을 세속을 등진 도량 속의 구도자가 아니라 강렬한 성적 욕구를 함축한 남성으로 보고 있다.
동백꽃이 성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매개물로 상징되는 것은 민요에서 더욱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참고문헌
작자미상, 『청구영언』 육당본
종기와 피부병 치료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는 동백나무가 많아 섣달그믐날 저녁이면 뜨거운 물에 동백꽃을 우려서 그 물로 목욕을 하였다. 동백꽃을 우린 물로 목욕을 하면 종기에 약이 되고 평소에는 피부병도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노인들의 말에 따르면 거문도에서의 이러한 목욕은 약 40~50년 전까지만 해도 성행하였으나, 지금은 이 풍속 역시 거의 없어져서 이를 행하는 사람이 흔하지 않다고 한다.
동백꽃을 우려낸 물로 목욕을 하면 피부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다. 동백꽃이 지닌 약성을 한 민간 풍습의 하나이다.
참고문헌
서해숙, 「동백꽃목욕」, 『한국세시풍속사전)』. 국립민속박물관
청수
복사꽃 오얏꽃이 비록 아름다워도
부화한 꽃 믿을 수 없도다
송백은 아리따운 맵시 없지만
추위를 견디기에 귀히 여기네
이 나무에 좋은 꽃 있어
눈 속에서도 잘 피도다
가만히 생각하매 잣나무보다 나으니
동백의 이름 옳지 않도다
桃李雖夭夭
浮花難可恃
松栢無嬌顔
所貴耐寒耳
此木有好花
亦能開雪裏
細思勝於柏
冬柏名非是
동백꽃은 눈속에 피므로 청수한 아름다움을 가리키는 꽃으로 인식되었다.
이규보는 최초로 동백꽃을 소재로 한시를 창작했다. 이 작품에서 송백은 추위를 견디어 낸다는 점에서는 동백과 같이 귀하게 여길만하지만 동백은 눈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고 했다. 동백이 잣나무보다는 더욱 사랑받아야 할 한 단계 위의 귀중한 나무인데도 불구하고 ‘겨울 잣나무’란 이름을 붙였으니 이는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참고문헌
이규보, 「동백꽃」 『동국이상국전집』 제16권 고율시(古律詩)
동백타령
가세 가세 동백꽃을 따러 가세
십오야 둥근 달이 왼 천하에 비쳤을 때 우리 꽃잎은 수줍다고
얼굴을 돌리네 고개를 숙이네
가세 가세 동백꽃을 따러 가세
저 멀리 바다에는 아낙네들이 조개를 줍고
우리고장 뭍에서는 큰 애기들이 동백을 따네
가세 가세 동백꽃을 따러 가세
오랑 조랑 동백을 따다 기름 짜서 불을 밝혀 놓고
큰 애기 시집 갈 혼수 만드는 살기 좋은 고장일세
가세 가세 동백꽃을 따러 가세
빨간 동백 따다가는 임 계신 방에 꽂아 놓고
하얀 동백 따다가는 부모님 방에 꽂아 노세
가세 가세 동백꽃을 따러 가세
가세가세 동백 따러만 가세 좋네 즐겁네 동백꽃이 보기가 좋네 동백 따러만 가세
선남 선녀 옛적에는 우리마을 노니 던 곳 우리들도 즐거이
동백을 따다 놀아보세 에에 춤을 추며 놀아보세
좋네 즐겁네 동백꽃이 보기가 좋네 동백 따러만 가세
동백꽃은 의지가 굳어 죽지도 않고 사철을 피네
동백꽃은 어여쁜 꽃 자태가 곱고 귀여운 꽃
좋네 즐겁네 동백꽃이 보기가 좋네 동백 따러만 가세
동백 따는 큰 애기야 동백만 따지 말고
이 총각 마음도 살짝 따다가 오손도손 사랑을 맺세
좋네 즐겁네 동백꽃이 보기가 좋네 동백 따러만 가세
가세 가세 가세 가세 어서 가세 동백을 따러 가
오손도손 주고받고 사랑을 맺세 에헤야 좋구좋네 동백꽃이 좋네
가세 가세 가세 어서 가세 동백을 따러 가
동백꽃은 어여쁜 꽃 자태가 곱고 동백꽃은 의지 굳어 사철을 피네
가세 가세 가세 어서 가세 동백을 따러 가
동백 따는 큰 애기만 동백만 따지 말고 이 총각 마음도 살짝 쿵 따러 가
가세 가세 가아세 어서 가세 동백을 따러 가
동백타령은 전라도의 민요로 흥겨운 선율로 되어 있으며 동백꽃을 따러 가는 처자들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참고문헌
춘경판소리보존회, 남도민요
풍도
옛날 내가 봉래 동쪽에 탐승 갔을 때
산다화가 피어 바다구름이 붉더이다
금수궁에 산호 가지가 비꼈는 듯
동짓달 추운 겨울에 봄바람에 앉았더니
그 뒤 총총히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는 곳마다 보이는 건 전쟁의 깃발뿐
신선 고장과 속세가 기별조차 안 통하니
그 꽃들 강 바람에 절로절로 홀로 지리
요즘은 복사꽃 떨기에 눈이 현란해
내 시법은 이미 산동의 농사꾼과 비슷하리
분성(김해) 성남에서 문득 너를 만나니
전에 보았던 것이 공이던가 공이 아니었던가
꽃 앞에 술 차리고 쌍송(작자의 호)을 머물게 하니
묻노라 그 누가 주인인가
憶昔探勝蓬萊東
山茶花開海雲紅
珊瑚枝橫錦繡宮
仲冬坐我春風中
屈指歲月苦悤悤
旌旗雜沓到處同
仙凡路隔信不通
自開自落隨江風
邇來眼亂桃花叢
句法已類山東農
盆城城南忽相逢
向也所見空不空
花前置酒留雙松
且問誰是主人翁
동백꽃을 읊은 문학작품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동백꽃이 주로 남해안이나 서해안에만 자라고 있어서 이 꽃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첨의 작품에서 동백꽃이 피어 있는 곳은 바닷가의 신선의 세계이고 화자가 있는 곳은 복사꽃이 현란한 속세이다. 동백꽃은 이미 농사꾼이 된 화자를 과거의 존재로 변화시켜준다.
참고문헌
이첨, 「배 비서의 산다화 시를 차운하여[次裴祕書山茶花韻]」, 『동문선』제8권 칠언고시(七言古詩)
화장품
산다는 남쪽지방에서 나는 아름다운 나무로 『유양잡조』라는 책에는 “산다는 키가 한길이 넘고 꽃의 크기가 한 치를 넘으며 색깔은 붉고 12월에 핀다”라고 되어 있다. 『본초강목』에는 “산다는 남쪽에 나고 잎은 차나무와 매우 닳았고 두터우며 한겨울에 꽃이 핀다”라고 하였다. 소식의 시에 “불꽃같은 붉은 꽃이 눈속에서 핀다”라고 하였다 내가 강진에 있을 때 다산에 많은 산다를 심는 것을 보았다. 그 화품은 적으나 잎은 겨울에도 푸르고 꽃이 많이 달린다. 열매로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바르면 윤기가 나고 아름답게 보이므로 부인들이 소중히 여긴다. 정말 훌륭한 꽃나무이다. 그런데 조선 사람들은 산다를 동백이라고 부르고 있다. 봄에 꽃이 피는 것을 춘백이라 하는데 대둔사에 이 나무가 많다. 이름하여 장춘동이라 하는데 일찍이 「장춘동시권」을 읽어보니 취백 또는 총백이라 했지만 ‘산다’라는 두 글자는 전혀 없어 탄식할 뿐이었다. 진씨 「화경」에는 ‘만다화’라고 했는데 그것은 아닌 것 같다. 『한청문감』에는 ‘강동’이라고 했다.
山茶者 南方之嘉木也 酉陽雜俎云山茶高者丈餘 花大盈寸 色如緋 十二月開 本艸云山茶產南方 葉頗似茶而厚硬有稜 深冬開花 蘇軾詩云葉厚有稜犀角健 花深少態鶴頭丹 又曰爛紅如火雲[sic雪]中開 余在康津 於茶山之中 多栽山茶 雖其花品少態 誠如子瞻之言 葉旣冬靑花亦冬榮 又其實多瓣相合 略似檳榔 以之榨油塗髮不婦人貴之 亦嘉卉也 東人忽以山茶名之曰冬柏 其春榮者謂之春柏 大芚寺多此樹 名曰長春洞 嘗閱長春洞詩卷 或稱翠柏 或稱叢柏 卒無山茶二字 可歎也已 陳氏花鏡 一名曼陀花 恐非也 漢淸文鑑 謂之岡桐
동백기름은 전아(典雅)한 한국 여인의 머릿매를 맵시있게 해준 머릿기름으로 애용되었다. 동백기름을 머리에 바르면 그 모양새가 단정하고 고울 뿐 아니라 냄새도 나지 않고 잘 마르지도 않으며 더욱이 때도 끼지 않아 머리 단장에는 꼭 필요한 필수품이었다.
정약용은 동백나무에 대해 조사와 관찰을 통한 사실을 기록했다. 열매로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바르면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에 부인들이 소중히 여겨서 훌륭한 꽃나무라고 칭송했다.
참고문헌
정약용, 「산다(山茶)」, 『잡찬집(雜纂集)』. 제24권 아언각비(雅言覺非) 권1
생태
차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인 동백나무의 꽃이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두꺼우며 윤이 난다.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털이 없다.
꽃은 이른 봄철 잎겨드랑이와 가지 끝에 1개씩 달리는데 적색이며 반쯤 벌어진다. 꽃받침잎은 5개가 떨어져서 달리고 꽃잎은 5∼7개로 밑부분이 붙어 있다. 수술은 수가 많으며 밑부분이 꽃잎에 붙었다. 수술대는 희고 꽃밥은 황색이며, 자방에 털이 없다. 암술대는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삭과(碌果)이며 3개의 검은 갈색 종자가 들어 있다.
동백꽃은 사계절 진한 녹색 잎이 변하지 않고 겨울에 꽃이 피기 때문에 청수(淸秀)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으로 인식되었다. 약재와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되었고 눈 속에 피는 속성은 고고함을, 열매가 많이 열리는 것은 다산(多産)이나 다남(多男)을 상징한다.
꽃 생태정보
• 식물명 : 동백나무
• 과명 : 차나무과
• 학명 : Camellia japonica
• 종류 : 목본(나무)
• 이명 : 산다, 산다수, 남산다, 산다화, 동백꽃, 동백유, 춘유
• 꽃색 : 붉은색
• 계절 : 겨울
• 분포 지리 : 중부 이남지방 바닷가 지방과 서해, 남해 울릉도 등의 각 섬지방
• 분포 지형 : 바닷가 산기슭 숲
• 생육상 : 상록소교목(늘푸른 작은키나무)
• 높이 : 7m 안팎(높이 20m 이상 되는 것도 있다)
• 개화기 : 12월 ~ 다음해 4월
• 결실기 : 다음해 10~11월
• 열매의 형태 : 삭과(튀는열매) 익으면 과피가 말라 쪼개지면서 씨를 퍼뜨리는 여러 개의 씨방으로 된 열매
• 용도 : 관상용, 기름(씨), 약용(기름)
• 기타 :
• 사진제공자 : 김태정
참고문헌 문화콘텐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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